이사 포장 순서, 박스부터 테이프까지 덜 깨지고 덜 힘들게 싸는 방법

얼마 전 단골 쇼핑몰 사장님이 사무실을 옮기면서 포장 상담을 하러 오셨습니다. 상품은 많고 시간은 없어서 큰 박스에 닥치는 대로 넣으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사 포장은 박스 크기보다 순서가 먼저입니다. 순서가 꼬이면 박스를 다시 열고, 완충재를 다시 넣고, 마지막에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하루를 날립니다.
택배 포장도 그렇지만 이사 포장은 더합니다. 무거운 물건과 깨지는 물건, 바로 써야 하는 물건이 한 박스에 섞이면 옮길 때도 힘들고 풀 때도 고생합니다. 저는 보통 “버릴 것, 당장 쓸 것, 무거운 것, 깨질 것” 이 네 가지 기준으로 먼저 나누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사 포장 전, 박스부터 많이 사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이사 준비를 시작하면 박스부터 넉넉히 사려고 합니다. 물론 박스는 필요합니다. 근데 처음부터 대형 박스만 잔뜩 사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박스는 부피가 커서 좋아 보이지만, 책이나 그릇처럼 무거운 물건을 넣으면 금방 들기 어려워집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사용 박스는 크기별로 섞어 쓰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책, 공구, 식기류는 작은 박스가 맞고, 의류나 침구처럼 가벼운데 부피가 큰 물건은 큰 박스가 맞습니다. 보통 5호 정도 크기는 옷이나 생활용품에 무난하지만, 책을 가득 넣기에는 과합니다. 책은 3호나 4호처럼 작게 나눠야 박스 바닥이 버팁니다.
- 책, 서류, 공구: 작은 박스에 나눠 담기
- 옷, 수건, 침구: 큰 박스 사용
- 그릇, 유리컵: 중간 박스에 완충재와 함께 포장
- 전선, 리모컨, 부품: 지퍼백이나 작은 봉투에 따로 묶기
박스를 고를 때는 “많이 들어가나”보다 “들 수 있나”를 먼저 봐야 합니다. 성인 한 명이 무리 없이 들 수 있는 무게는 대략 10~15kg 선입니다. 이보다 무거워지면 박스가 멀쩡해도 사람이 힘들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떨어뜨릴 확률이 올라갑니다.
첫 순서는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 나누기
이사 포장 순서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포장이 아닙니다. 버릴 물건을 빼는 일입니다. 이걸 안 하고 포장부터 시작하면 쓰지도 않을 물건에 박스, 테이프, 완충재, 시간까지 들어갑니다. 실제로 사무실 이전하는 분들 보면 3년 동안 안 쓴 판촉물, 고장 난 프린터 부품, 빈 파일철까지 전부 박스에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방이나 구역별로 큰 봉투를 하나씩 두고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버릴 것, 기부하거나 나눌 것, 새 공간에서도 쓸 것. 이렇게만 나눠도 박스 수가 꽤 줄어듭니다. 이사 비용은 차량 크기와 작업량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박스 10개 줄이는 게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쇼핑몰 운영자라면 재고와 부자재를 같이 봐야 합니다. 오래된 박스, 눌린 택배봉투, 접착력이 떨어진 테이프는 이사 후에도 결국 문제를 만듭니다. 포장재라고 다 아껴둘 필요는 없습니다. 상태 안 좋은 자재는 이사 중 먼지만 옮기는 꼴이 됩니다.
자주 쓰는 물건은 마지막에 싸고 먼저 풀 수 있게
이사 전날까지 쓰는 물건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충전기, 세면도구, 작업용 노트북, 택배 송장 프린터, 커터칼, 테이프, 물티슈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물건을 초반에 박스 안쪽으로 넣어버리면 이사 당일에 박스를 뜯고 다시 붙이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첫날 박스”를 따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집 이사라면 세면도구, 속옷, 수건, 충전기, 상비약, 휴지 정도가 들어갑니다. 사무실이나 쇼핑몰 작업장이라면 노트북, 공유기, 멀티탭, 송장 라벨, 칼, 테이프, 당일 출고해야 할 소량 재고를 따로 빼두는 식입니다.
이 박스에는 눈에 잘 띄는 색 테이프를 붙이거나 큰 글씨로 표시해두면 좋습니다. “먼저 열기”라고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이사 후 첫날의 피로가 많이 줄어듭니다. 솔직히 이사 끝나고 가장 힘든 순간은 큰 가구 옮길 때보다, 휴지 하나 찾으려고 박스 7개를 여는 때입니다.
무거운 것부터 작게, 깨지는 것은 흔들리지 않게
포장 순서는 무게 기준으로 잡으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책, 서류, 공구, 식기처럼 무거운 물건은 작은 박스에 먼저 담습니다. 이때 박스 바닥은 테이프를 한 줄만 붙이지 말고 십자 형태로 보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거운 박스는 바닥이 터지면 물건도 망가지지만 발등도 다칠 수 있습니다.
깨지는 물건은 빈 공간을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신문지나 에어캡으로 하나씩 감싼 뒤 박스 안에서 흔들리지 않게 채워야 합니다. 컵은 눕히기보다 세워 담는 쪽이 충격에 강한 편이고, 접시는 평평하게 쌓기보다 세워서 넣는 게 파손 위험을 줄입니다. 박스를 살짝 흔들었을 때 달그락 소리가 나면 완충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 무거운 물건은 작은 박스, 가벼운 물건은 큰 박스
- 박스 바닥은 십자 테이핑으로 보강
- 유리컵과 접시는 각각 감싼 뒤 빈 공간 채우기
- 박스 위에는 내용물과 놓을 장소를 같이 적기
완충재도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물건이 움직이지 않을 만큼만 정확히 채우는 게 좋습니다. 에어캡은 표면 보호에 좋고, 종이 완충재는 틈 메우기에 좋습니다. 수건이나 옷을 완충재처럼 쓰는 것도 괜찮지만, 나중에 세탁물과 식기류가 섞이지 않게 박스 표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방별 표시보다 사용 위치 표시가 더 편합니다
많은 분들이 박스에 “주방”, “방”, “거실” 정도만 적습니다. 그런데 새집에 가면 주방 안에서도 싱크대 아래, 상부장, 식탁 옆 수납장처럼 위치가 나뉩니다. 사무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고”라고만 쓰면 나중에 다시 분류해야 합니다.
박스 표시에는 최소한 세 가지를 적는 게 좋습니다. 내용물, 놓을 위치, 먼저 열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면 “머그컵 / 주방 상부장 / 나중” 또는 “송장 라벨 / 작업대 옆 / 먼저”처럼 쓰면 됩니다. 이사 업체 직원분들도 이런 표시가 있으면 훨씬 빠르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박스 옆면에도 표시를 해두는 게 좋습니다. 위에만 적으면 박스를 쌓았을 때 안 보입니다. 옆면 두 군데 정도에 굵은 펜으로 써두면 쌓인 상태에서도 찾기 쉽습니다. 작은 차이인데 이사 후 피로도는 꽤 달라집니다.
이사 전날에는 테이프와 칼을 박스 안에 넣지 마세요
이사 전날 많이 생기는 실수가 있습니다. 포장을 거의 끝냈다고 생각하고 테이프, 커터칼, 네임펜까지 전부 박스에 넣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마지막 박스를 못 닫거나, 당일 아침에 표시할 물건이 생겼을 때 난감해집니다.
작업 도구는 작은 가방 하나에 따로 챙겨두는 게 좋습니다. 테이프 2개, 커터칼, 가위, 네임펜, 지퍼백, 장갑, 물티슈 정도면 충분합니다. 쇼핑몰이나 사무실 이사라면 송장 프린터 케이블, 공유기 어댑터, 멀티탭도 이 가방에 같이 넣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사 포장 순서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버릴 것부터 빼고, 자주 쓰는 물건은 따로 두고, 무거운 것은 작게 나누고, 깨지는 것은 흔들리지 않게 싸면 됩니다. 박스가 많아 보여도 이 기준만 지키면 풀 때 훨씬 덜 힘듭니다. 포장은 예쁘게 보이는 작업이 아니라, 옮기는 동안 물건과 사람을 덜 고생시키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